얘들아, 안녕.
할아버지는 머나먼 나라 터키에 있는 아지즈 네신이라고 한단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지? 그래도 터키라는 나라는 들어본 적 있을 거야. 좀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이곳에도 역시 너희와 같이 두 눈을 반짝이는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니 터키라는 나라와 조금 친해진 기분이 들지 않니?
할아버지는 평생 그렇게 별과 같은 반짝임이 가득한 아이들이 아이다운 행복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또 세상이 그런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이야기를 써 왔어. 터키에서는 국민작가라고 불릴 만큼 모든 어린이들이 내 이야기를 읽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지. 다른 나라에도 많이 번역되었는데, 이 편지가 전해질 한국에서도 내 이야기가 아주 사랑받았다고 하더구나.
어떤 이야기들이냐고? 내가 만든 이야기 속에는 우리 동네에도 있을 법한 익숙한 사람이 등장하는가 하면, 너무 엉뚱해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사건도 벌어지지. 사람처럼 말하는 당나귀나 스타를 닮고 싶은 원숭이, 꿈과 도전으로 가득한 똥파리,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버린 혁명까지….
벌써 웃음이 난다고? 읽다 보면 분명히 배꼽 빠지게 웃게 될 거야. 재밌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서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걸? 어떤 나라의 어떤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든지 이야기를 읽을 때만큼은 모든 걸 잊고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거든. 너희가 마음껏 웃어준다면, 내 이야기는 목적을 이미 달성한 셈이야.
그렇지만 너희도 이미 알고 있다시피, 매일매일 즐겁기만 할 수는 없어. 세상은 어린이한테 안 된다고 말하는 일투성이고, 어린이한테는 이렇게 해야 옳다고 말해놓고 정작 어른들은 그렇게 안 할 때도 엄청 많지. 그런 어른들이 이해도 안 되고,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할 거야.
사실은 말이지, 그런 억울한 일이 어른이 되어도 똑같이 벌어지곤 해. 어른이 되면 뭐든지 다 알게 되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세상일도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일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가득하더구나.
할아버지가 태어나 자란 시대는 각자 살던 마을, 살던 나라에서 벗어나 새롭고 큰 머나먼 땅으로 모험을 떠나서, 그렇게 찾은 땅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전쟁도 많이 일으키던 때였어. 또 한 나라 안에서도 여러 사람이 서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평범한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지. 분명히 세상은 전에 알던 것보다 넓어지고, 훨씬 더 많은 음식과 물건이 생겨났는데 사람들은 다투기만 하고 아무도 행복해하지도, 만족하지도 않더구나. 새롭게 만난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더 많은 걸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던 건 진정한 모험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았어. 그 사람들은 배를 타고 바다의 저 건너편으로 가서 새로운 땅을 발견해 금을 차지하는 것만 모험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진짜 모험은 그런 게 아니야. 진짜 모험은 방 안에서도, 혼자서도, 하루의 짧은 순간순간 속에서도 가능한 거란다. 이야기책을 읽으며 새로운 나라와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공감도 해보고, 애니메이션 영화 속의 새로운 생명들의 이야기에 귀도 기울여보고, 수업 시간에 공부했던 지리나 역사 이야기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하고 배우는 과정들이 전부 모험이지.
그런 게 무슨 모험이냐고 생각하겠지만 들어보렴. 진짜 모험은 또는 모험다운 모험은 바다 건너편에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계가 있을 거라는 상상 속에서 그 땅에 살던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거야.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얻게 된다면 그걸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잘 나눌지, 잘 사용할지, 나쁜 영향은 없을지 질문할 수 있어야 해. 나아가 지금보다 더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지,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사람들이 어떻게 더 행복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그 무한한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어야 하지.
내가 쓰는 웃기지만, 세상의 진실을 담은 이야기를 ‘풍자’라고 해. 왜 이런 소설을 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단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았어.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 내가 느낀 것을 바탕으로 쓸 뿐이라고. 그러다 보니 풍자소설이 된 것뿐이라고 말이야. 난 내 삶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들이 여러분에게 잘 닿았는지 궁금해. 그래서 여러분이 이 우스꽝스럽고 이상하고, 슬프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여러 사건과 인물을 통해 상상 속의 세계를 마음껏 헤집어보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피고 질문해볼 수 있다면 좋겠어. 그래서 여러분이 살아가야 하는 삶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더욱 멋지게, 보다 즐겁게 가꾸어 갈 수 있다면 내 이야기도, 편지도 정말 보람이 생길 거야.
즐거운 날만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슬프고 힘든 날만 이어지는 것도 아니란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넓고 멋진 일들이 분명히 가득할걸. 진정한 모험을 충분히 떠나보지 않으면 진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꿋꿋하게 이겨내고 그다음 찾아올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질지 몰라. 또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 함께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를 읽으며 미래를 미리 탐험해 보는 건 어떨까? 책 읽기도, 여러분의 삶도 분명 멋진 모험이 될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