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마음껏 나아가길 응원합니다
김현정(음악치료사/한양아이소리부산동부센터 원장)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여름이 무르익었음을 알리는 매미 소리가 지나가고 나니, 이제 가을이 왔습니다. 여러분은 계절처럼 내일을 향한 희망찬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나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루카’처럼 말이지요.
이번 여름에 제가 봤던 영화 중 하나인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루카>는 여러 인물과의 다양한 관계들이 나오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영화 속 스토리 진행도 감명 깊었지만 저는 음악치료사로서 장면마다 이어지는 아름다운 음악들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감정, 상황들에 대한 몰입이나 강조를 위해 BGM(Background Music)과 OST(Original Sound Track)라고 하는 여러 음악이 각 화면과 스토리 진행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기존의 곡들을 쓰기도 했고 댄 로머(Dan Romer)라는 음악가가 이탈리아 배경에 어울리는 곡들로 새로이 만든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았습니다.
기존 곡은 에두아르도 베나토(Edoardo Benatto)의 아주 경쾌한 느낌을 주는 ‘고양이와 여우(il gatto e la volpe)’나 영화 초반 어부들의 배에서 흐르는 노래인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에 나오는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입니다. 오페라의 내용은 다소 복잡하므로 설명하지 않을 것인데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허락받기 원하는 딸의 노래입니다.
OST의 댄 로머 여러 곡 중 영화 전체의 감정 흐름을 아우르는 듯한 ‘Meet Luca’, 노래 제목처럼 마치 악기들의 멜로디 흐름이 숨바꼭질하는 듯한 ‘Did You Hide?’, 음악만 듣고 있어도 베스파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루카와 알베르토가 그려지는 ‘Vespaè Libertà’, 장엄하고도 힘찬 도약이 느껴지는 ‘Go Find Out for Me’ 등 많은 곡이 영화 장면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합니다.
루카가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친구도 필요했고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모님의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루카의 부모님은 루카가 위험한 물 밖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있기를 바랐지요.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던 루카가 물 밖으로 나간 것을 알고 다시 데려오기 위해 찾으러 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결국 루카를 응원하고 칭찬하며 루카의 희망대로 멀리 학교로 가는 것을 허락합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러분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여러분의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요?
조금 음악적으로 설명하자면, <루카> OST의 많은 곡이 현악기의 피치카토주법과 음의 도약으로 생동감과 긴장, 활동성을 느끼게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 것은 움직임을 따라가는 안정적인 기본패턴의 아르페지오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치카토주법과 다양한 음의 도약은 루카가 바다 밖의 세상으로 내딛는 모험을, 아르페지오는 그런 루카를 향한 부모님의 무한한 믿음과 격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도 여러분이 안전한 곳에서 해를 입지 않고 잘 있기를 바라고 계시지요.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가고자 할 때 여러분을 믿고 마음껏 세상을 향해 나아가길 바라며 응원해주실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알베르토나 줄리아 같은 친구의 마음뿐만 아니라 루카의 부모님이 루카를 보내던 마음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모든 부모님의 마음은 자녀를 향해 있고 언제나 마음 깊이 자녀를 응원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