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의 아름다움


김현정(음악치료사/한양아이소리부산동부센터 원장)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계절이 바뀌어 초록이 짙어진 나뭇잎들이 이제 그늘을 만들기 시작하는 때에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화합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것’에 대한 음악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서두에서 나뭇잎들이 그늘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지요? 여러분 혹시 잎 하나가 있는 나무를 상상해보셨나요? 아름답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나뭇잎으로 되지 않을 것이며 여러 개의 가지에 나뭇잎이 하나씩만 있다면 보기에 예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랍니다. 음악에서 ‘함께 함’은 ‘함께 만들어 내는 소리’를 뜻합니다. 어떤 문화에서든지 음악은 있으며, 정해진 시간 흐름의 틀 안에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와 침묵이 잘 짜인 형태를 음악이라고 합니다. 이 형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한 나무에서 비슷하게 생기고 크기가 다른 여러 잎들이 모두 모여 잘 어울리는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조직되어 만들어지는 소리는 하나의 음들이 차례대로 하나씩 들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 음이 함께 어울려 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의 소리를 특히 화음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각자의 위치에서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의 어울림과 함께 함으로 화음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음에는 음의 위치상 잘 어울리는 화음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마치 음들이 서로 겨루는 것처럼 삐거덕거리며 어울리지 않는 화음도 있답니다. 전자를 협화음, 후자를 불협화음이라고 해요. 중요한 것은 협화음과 불협화음, 큰 소리, 작은 소리와 침묵이 모두 함께 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함께 한다는 것은 함께 함으로써 혼자일 때보다 더 힘을 내고 아름답기 위함입니다. 또한 음 하나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여러 음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소나타형식처럼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는, 때로는 갈등이 있지만 그래서 더 크게 다가오는 해결로 함께 움직여 도착하게 됩니다.


악기들의 화음에서도, 하나의 악기가 고유의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고유한 소리들이 함께 어울릴 때 더 큰 아름다움과 다양한 음악적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지요. 하나의 음, 하나의 악기는 틀린 음을 내면 금방 표시가 나지만 함께 할 때는 옆 악기가 서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음악치료에서는 음악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래서 함께 연주할 때는 순서를 기다려주고 자신의 위치에서 잘 해냈을 때 함께 칭찬하고 격려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과정에서는 나의 음을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음을 잘 내기 위해 옆 사람의 음을 잘 듣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어린이 여러분들이 더 맑고 다양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협화음, 불협화음, 다양한 소리와 침묵이 어우러지는 풍성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각자가 서로 함께 함으로 움직이고 만들어가서 이야기의 아름다운 완성을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마치 하나하나의 음들이 모두 함께 모여 아름다운 화음으로 사람들의 귀에 울려 퍼지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