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면…


유영종(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거지가 된 왕자는 먹을 것이 없어 굶기도 하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거지가 된 것이 완전히 손해만은 아니었어요. 공작, 백작 같은 귀족들과만 어울리던 때에는 상상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했거든요. 왕자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어요. 그래서 다시 왕궁으로 돌아간다면 자비로 백성들을 통치하겠다고 결심했답니다. 온유하고 현명한 왕으로 만들어 줄 깨달음을 얻었으니 거지가 되어 본 경험을 다행이라고까지 할 수 있지요.


편견과 혐오가 세상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요즘 이렇게 상상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 졌어요. 편견과 혐오는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미워하는 감정이에요. 미국 원주민 속담 중에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아야 그 사람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 속 왕자와 거지처럼 실제로 다른 사람이 되어 살 수는 없어요. 그래서 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되어, 그 사람을 따라다니며, 그 사람이 느끼는 것들을 상상할 수 있거든요. 문학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


*전문은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2021년 여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