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두가 나의 가족이라면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나를 사랑해 주시는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그 정도까지 떠오를 겁니다. 요즘 반려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는 집 이 많으니, 함께 살고 있는 동식물까지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한 집에 사는 존재? 그럼 엄마나 아빠가 일하시느라 잠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면, 그건 가족이 아닌 걸까요? 그렇다면 혈연관계를 가족이라 부 를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동식물들은 그럼 가족이 아니게 됩니다. 가족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의 관계에 있 는 사람들의 집단.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 어지는 관계”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사전적 의미도 부족한 것 같지요? 꼭 부부가 중심이 되지 않는 가족도 많고, ‘사람들’만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인류라는 가족(Human Famil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2022년 여름호의 제목이기도 했는데요. 인류 전체를 하나의 가족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여러분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떠올려 보세요.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힘든 일이 있을 때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 생각만 해도 편안해지고 위로받는 것 같은 마음.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요? 가족을 이런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인류 모두를 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여기,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가족으로 생각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무 큰 소원을 말하 지 않을게』라는 동화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 살아가는 ‘안젤로’는 아주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려진 소년입니다. 다행히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데, 안젤로는 그녀를 ‘함께 살고, 특별히 사랑하는 엄마’라고 말하죠. 하지만 어느 날 안젤로를 데려가겠다고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안젤로의 새아빠였는데요. 새아빠의 손에 이끌려 엄마와 동생들이 사는 빈민가에 살게 된 안젤로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망고와 물을 팔며 지내야 했습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그곳에서의 삶은 위험하고 위태로웠죠. 당장 먹고살 것이 없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안젤로에게 선교사 엄마와의 기억은 그를 살게 하는 힘이었는데요.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이티에서 ‘사랑의 집’을 운영했던 백삼숙 선교사와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던 아이들의 사연을 모티프로 해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아이티는 너무나 가난하고, 곳곳에 폭력이 넘쳐나 위험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인데요. 실제로 아이티는 부패한 권력, 역사적 상처, 자연재해 등 많은 이유들로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 사람들이 극심하게 고통받는 사회입니다. 그곳에서 살아 가는 사람들은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걸까요? 그 사람들과 우리는 과연 ‘인류라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시인 릴케는 “사랑은 내 존재를 더 큰 세계로 이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은 너를 사랑하게 하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더 큰 우리를 사랑하게 하며, 나아가서는 세계를 사랑하게 합니다. 세계 어느 곳이 아픈 것은, 내가 아픈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세계의 일원이기 때문이고, 이 세계가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소설에 소개된 백삼숙 선교사뿐만 아니라, 아이티 사람들을 위해 최초의 대형 병원을 만들었던 ‘건강의 동반자들’을 이끈 의사 폴 파머, 김용도 그러한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일원인 아이티 사람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은 나의 가족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너무 큰 소원을 말하지 않을게』 의 안젤로는 선교사 엄마에게 들었던 ‘도깨비 방망이’ 설화를 떠올리며, 도깨비에게 소원을 빕니다. “한국 도깨비야, 제발 아이티에 한번 와 줘. 내가 너무 큰 소원을 말하지 않을게. 꼭 필요한 기적만 빌 게!” 안젤로에게 꼭 필요한 기적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도깨비처럼 소원을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아픔을 겪고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쓰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라는 가족이 되기 위해, 어떤 마음이 필요한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