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편지를 쓸 기회가 오다니, 예상치 못한 일이야. 사실 내 직업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화가거든. 그래서 여러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어. 그런데 동생이 모두가 나를 알 테니, 솔직한 나의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정말 모두 나를 알고 있니? 난 반 고흐라고 해.


사실 내 그림들이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난 여전히 잘 모르겠어. 내가 살아있을 때만 해도, 그림을 한 점밖에 팔지 못했을 정도로 내 그림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아니, ‘아무도’는 아니지, 내 동생 테오만큼은 나의 예술적 재능과 내 그림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았어. 인정받지 못해 외롭고 가난한 순간에도 나는 테오의 믿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단다. 그의 사랑과 신뢰 덕분에 모두가 사랑하는 멋진 그림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거지.


물론 내가 살던 당시에는 주목받을 만한 그림이 아니긴 했어. 그땐 그림 자체가 돈 많은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것이었거든. 그림을 주문하는 것도, 사서 집에 걸어놓고 보면서 여유를 누리는 것도 다 부자들만의 일이었지. 그래서 값비싼 화병에 담긴 정물이나,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이 훨씬 인정받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었어.


하지만 나는 그런 그림엔 관심이 없었어. 내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이유가 광부들의 비참한 현실을 그림으로 그리면서였거든. 이후로도 나의 그림은 <감자 먹는 사람들>, <수확하는 농부>,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아몬드 나무>,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모습들로 가득했어.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나의 시선에서, 나의 해석대로, 새롭게 그려내는 일이 내가 생각하는 예술적 작업이었어. 밤하늘의 별들이 소용돌이치는 모습과 밀밭에서 나무가 우수수 흔들리는 모양을 어떻게든 나의 방식대로, 내가 느낀 대로 표현하고 싶어 흥분되고 설레었지.


유명하진 않지만 <생 폴 병원 정원의 소나무와 민들레>라는 작품은 그런 내 마음이 잘 담긴 작품이야. 그림만 봐서는 어디쯤 있는 풀밭인지 짐작도 되지 않지? 이렇게 작은 꽃들이 곳곳이 피고, 무성한 풀로 뒤덮인 풀밭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을 거야. 어쩌면 너무 흔한 풍경이어서 화려하게 장식된 꽃들과는 달리 아무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지 않을 풍경이기도 하지.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볼 수 있어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들 말이야. 아무리 화려하고 비싼 꽃이 멋진 화병에 꽂혀 있다고 하더라도 겨우 몇 사람을 즐겁게 하겠지. 하지만 들판의 생명력 넘치는 풀들과 잔잔하게 피어난 꽃 무리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어. 겨울이 되면 시드는 것 같아도, 다시 봄이 오면 강인하게 더 많은 꽃을 피워낼 테고, 내 그림을 보는 모두가 자기가 아는 동네의 어느 풀밭을 떠올릴 수 있겠지. 그렇다면 풀밭의 들꽃들이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비슷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그림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야. 사람이든, 물건이든, 일이든 간에, 어떤 건 너무 반짝반짝 빛나고, 주목받고, 대단하다고 추켜세워지지만, 어떤 건 너무 일상적이거나, 흔하거나, 늘 함께하거나,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하지만 그런 것일수록 세심하게 살피고 주의를 기울여 가치를 발견해보면서 대단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해. 그게 널 더 행복하게, 가치 있게 만들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것들이 삶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들인 경우가 많거든.


매일의 순간 속 가치 있는 소박한 것들을 많이 발견해보자. 나는 그것이 진짜 예술가의 태도고 예술이라고 생각해. 어때? 이제 모두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준비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