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헤르만 헤세라고 합니다. 소설 가이자 시인이고, 화가이기도 하지요. 제가 쓴 소설 중에 『데미안』이라는 책이 제일 유명한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어린이 여러분을 위한 동화집 『마법에 걸린 도시 팔둠』 도 있으니, 기회가 되면 저를 만나러 책을 펼쳐봐 주세요. 


여러분은 무엇을 사랑하나요? 저는 나무, 정원, 그림, 여행, 그리고 책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책에 대한 사랑은 정말 크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영혼을 채우는 일이고 세계 를 배우는 일이에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별로 중 요하지 않아요. 한 권을 읽더라도 깊고 신중하게, 열정 적인 마음으로 읽어야 하지요. 책을 한 번 읽고 버리거나 돌아서 잊어버리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정신은 여전히 가 난합니다. 그래서 책읽기는 알프스를 오르는 산악인이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무기를 챙길 때의 마음처럼 비장해야 해요. 

책을 읽는데 뭐 이렇게까지 심각하냐고요? 저는 세상의 모든 것이 글이고 책이라고 생각합 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이야기이지요. 글은 인간만 쓰는 게 아니에요. 펜이나 붓, 종이나 양 피지 없이도 글은 써집니다. 바람과 바다, 강과 시내가 글을 쓰고, 동물도 자기들만의 방식으 로 글을 쓰지요. 다만 이것을 글자로 표현하여 또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책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것이에요. 인간은 책 을 통해 영혼과 정신을 이어왔고, 그것이 역사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지요. 책은 그래서 인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책 속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고,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는 열쇠 가 있습니다. 그런 책을 오직 재미로만 읽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는다니, 제 기준에는 있 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듣자하니 한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에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다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린이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부모님의 권유나 학교의 과제로 책을 읽고, 스스로 책을 읽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니,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에요. 어린이 여러분조차 책읽기 를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은 정말로 가난해질 것입니 다. 점점 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기 어려워지고, 인간이 우월 하다고 생각하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 이고,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나고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는 세상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무수 히 많은 문제가 바로 정신의 가난함, 영혼의 빈곤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혼을 채우는 책읽기를 통해 여러분은 이런 문제들을 해 결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책을 사랑하는 어린이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이 제 이해하셨지요? 한 권을 읽더라도 여러분의 마음과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읽고 또 읽으며 삶에 깊이 새길 수 있는 책들을 여러분 책장에 차곡차곡 모아 보세요. 그 책장은 여러분 삶이 되고, 우리의 세계가 될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의 책장이 아름 답고 다정하고 정의로운 책들로 가득해서, 그런 미래가 펼쳐 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