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 눈부신 여름날 잘 보내고 있니?
난 네덜란드에 살던 소녀 안네 프랑크라고 해. 이렇게 글로써 말을 거는 게 누구보다 편한 사람이지. 왜냐고? 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끔찍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2년간 좁은 방에 숨어 살며, 오로지 나의 일기장이자 영원한 단짝인 ‘키티’에게만 내 마음을 고백하는 글을 썼거든.
너희도 알겠지만, 2년이란 정말 긴 시간이잖아? 게다가 은신처는 8명이 지내기엔 정말 좁고 불편했어.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고, 들키면 끝이라는 공포 속에 매일 조용히, 숨죽여 지내야 했지. 바깥에서는 나치가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끌고 갔거나, 죽였거나, 전쟁이 커진다는 끔찍한 뉴스만 들려올 뿐이었어. 그런 상황에서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결코 견디지 못했을 거야. 나는 마음속의 답답함이나 불만, 공포와 고통을 글을 쓰며 이겨내고 버틸 수 있었어.
하지만 내가 그런 힘든 이야기만 남긴 건 아니야. 창문을 열 수조차 없었지만, 난 창문 틈에 코를 가까이하고 바람을 마시며 자유를 상상했단다. 광장을 가로질러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나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자유를 말이야! 키티를 펼치고 펜을 든 순간, 나는 그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어. 그 세계에서 정말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오늘 있었던 일을 재치 있게 그려볼 수도 있었고, 지난번 화가 나서 마음대로 적었던 나쁜 말들을 반성하고 고쳐 더 성장할 수도 있었지.
나에게는 늘 더 나은 내가 되어 나중에는 한 몸을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이 있었단다. 제대로 학교는 다닐 수 없었지만, 꾸준히 책을 읽으며 세상을 공부했지. 언젠가 스스로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거라 믿었어. 좀 부끄럽지만 난 세계와 인류를 위해 용기 있게 글을 쓰는 작가나 기자가 되고 싶었어. 어울렸을 것 같지 않니? 나는 글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자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믿었어. 혐오와 차별은 없어지고, 사람들은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는 거지!
안타까운 사실은 그 세상을 나는 맞이할 수 없었어. 결국 은신처를 나치에게 들켜 이름도 끔찍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거든. 거기서 난 모든 가족이 다 죽었을 거라는 절망에 빠졌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버티지 못했어. 나중에 발견된 내 일기가 『안네의 일기』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는 얘기는 들었어. 사람들은 내가 일기장에 쓴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읽으며, 나치의 만행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유대인들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대. 그런데 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전쟁은 왜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평화의 답을 찾으려던 소녀, 세상을 바꾸겠다는 새로운 여성의 삶을 꿈꾸던 소녀, 용감히 나 자신의 삶과 세상을 사랑할 줄 알았던 소녀로 기억되고 싶어. 내 꿈이 이루어진 걸까? 사람들은 그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 또한 자유롭고 아름다우며 정의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해.
너희에게도 내 꿈이 전해졌을까? 어디에서 무얼 하든 즐거운 마음으로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고, 마음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유를 느끼고 있길 진심으로 기도해. 그리고 너희도 실컷 글을 써봐. 슬프고 힘들 땐 글쓰기가 너희에게 용기를 줄 거고, 즐겁고 기쁠 때의 글쓰기는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게 해 줄 거야. 내가 너희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있듯, 너희의 소중하고 빛나는 마음들도 누군가에게 별이 될 수 있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