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나는 칠레의 작가인 루이스 세풀베다라고 해. 칠레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니? 너희가 사는 한국의 지구 정반대 편에 있는데, 바다를 길게 마주하고 있는 나라야.  칠레의 자랑을 하나 얘기하자면, 아름다운 바다를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거지. 나 역시 너 희만큼 어릴 때,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고래를 우연히 만나 감동한 적이 있었어. 숨 막히 게 거대하면서 부드럽게 헤엄치고, 평화를 노래하는 그 압도적인 존재와 사랑에 빠졌지. 


실제로 어른이 된 후 알게 된 건데, 고래는 바다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더구나. 예를 들어 고래의 똥이 수많은 플랑크톤과 산호의 먹이가 되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니? 똥마저 그렇게 가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지! 게다가 고래는 거대한 몸만큼 엄청나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해. 고래 한 마리가 10만 톤이 넘는 탄소를 흡수하니,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셈이지. 고래는 죽은 후에도 탄소를 그대로 품은 채 바다의 깊은 바닥 으로 가라앉는데, 이후에도 많은 생물의 보금자리가 되거나, 영양분을 제공한단다. 고래는 살 아서도, 죽어서도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갖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나는 고래를 만나러 실제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어. 사람들은 기름을 얻기 위해, 고기를 얻기 위해 혹은 수족관에 가두기 위해 다양한 이유로 고래를 잡고,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었거든. 고래들은 너무 착해서, 사냥하러 온 사람들 역시 바다에 함께 살 아가는 생명처럼 믿고 환영하다가 슬픈 죽음을 맞곤 했어. 꼬리 짓 한 번이면 배를 동강 낼 수 도 있는데, 그러는 고래를 본 적이 없단다. 난 마음이 너무 아팠고, 고래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어. 사람의 눈 으로 바다와 고래를 보는 대신, 고래의 눈으로 바다와 사람을 바라보며 소설을 써내려갔어. 서 있는 곳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세계가 완전히 다르게 보일 거야.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소설 속에서 달빛 향유고래는 라프켄체 사람들을 ‘가장 순수한 바다’까지 데려다줄 할머니 고래들을 지켜야 하는 비밀스러운 임무를 맡았어. 그 후로 바다의 생명들과 ‘가장 순수한 바다’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작살이 몸에 꽂혀도 굴하지 않고, 인간들의 배를 쫓아내는 저주받은 운명을 받아들이지.  어쩌면 여러분이 읽기엔 조금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일지 모르겠어. 하지만 오늘날 수많은 쓰레기로 오염되는 바다와, 그곳에서 인간의 욕심 때문에 실제로 벌어지는 잔인한 일들에 비 하면 심한 이야기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구나. 다른 생명들이 스러지는 상황에서도 그저 욕심 만 채우려는 자들이 여전히 많거든. 우리 바다에 그런 자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존재가 꼭 필요하지 않겠니? 만약 그런 존재들이 없다면 바다는 금방이라도 죽음과 증오만이 가득한 끔찍한 모습이 될 거야. 


물론 그런 존재가 바다에만 필요한 것도 아니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엔 이렇게 이 세상의 정의를 지키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가장 연약한 이들을 대신하여 싸워주는 존재들 이 있어. 나 역시 약자의 편에서 독재에 반대하다가 나라에서 쫓겨나고, 자연을 지키려고 노력 하다가 생명의 위협까지 받은 적이 있어. 대단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사실 너희들도 모두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야. 다른 생명들에 친절하고, 다정하고, 존엄하다고 생각 하며 그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거지.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고래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관심을 갖는 거지. 그런 관심이 무엇 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줄 거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일회용품도 쓰지 않 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불도 잘 끄고 다니는 수도 없이 들었 지만 실제로 잘 지키지 않는 일을 당연하게 해낼 수 있는 것, 나는 그게 자유라고 생각한단다. 


내 글은 모두에게 그렇게 당연한 자유가 거대한 물길처럼 흐르길 바라며 썼던 거란다. 소설 속 달빛 향유고래도, 나도, 그리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여러분도, 그 자유를 생활 속에서 살아낼 때,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가장 순수한 바다’ 에 다다를 수 있는 거지. 이 거대한 세계에서 여러분의 실천은 작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하나의 쓰레기를 먹지 않 은 물고기가 더 큰 물고기를 살리고, 더 큰 고래를 살리고, 고 래가 만드는 바다 생태계를 바꾼다는 사실만 기억한다면, 너 희는 곧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살리는 위대한 존재나 다름없 단다. 난 여기서 너희가 언제나 그렇게 누군가를 살리는 자유 롭고 아름다운 존재로 살아가길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