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


유영종(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에요. 우리나 라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추천한 이 작품은 죽음 다음의 신 비한 세계로 가서 폭군과 맞서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배신, 억압, 죽음 같이 린드그렌의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더 어두운 내용이 담겨 있지요. 하지만 이런 어두움을 희망, 사랑, 자유 같은 밝은 내용으로 균형 맞추고 있어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요. 저는 이 작품이 들려주는 두려움과 용기에 대한 생각이 좋아서 여 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주인공 칼은 자신이 겁쟁이라고 생각해요. 몸이 아주 약 해서 늘 죽음을 두려워했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꺼릴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거 든요. 독자 여러분은 자신이 용감하다고 생각하나요? 칼처럼 여러분도 무서운 일을 상상하면 가슴이 콩닥거리고, 어려운 상황에 맞부딪치면 다리에 힘이 빠지지는 않나 요? 소심하고 겁이 많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그러진 않을까요? 만약 그렇 다면 주인공에게 금방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용기와 두려움은 종종 반대말로 사용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움이 없는 것 이 용기라고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용기를 조금 다른 관점 에서 보여주어요. 칼은 자신의 형 요나탄이 사자처럼 용감하다고 생각했어요. 겁 많 은 자기와 정반대라며 우러러보았지요. 실제로 형은 두려움을 모르는 옛이야기 속 영웅 같았어요. 말도 멋지게 타고, 활도 잘 쏘고, 불의와 싸우기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죽음이나 고통이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요나탄은 동생에게 자신도 독사처럼 끔찍하고 잔인한 독재자와 싸운다는 것이 두렵다고 솔직하게 고백 해요. 하지만 옳은 일을 외면하지 않아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쓰 레기”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으로 맞서고 있다고요. 이런 요나탄을 통해 작가는 두려 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알려주어요. 

독재자의 잔혹함 앞에서 겁에 질려있던 칼도 형을 보며 서서히 변해가요. 두려움 에 떨면서도 선량한 마을 사람들을 도우려 자기가 꼭 해야 할 일을 해 낼 뿐 아니라 형을 위해 벼랑의 어둠으로 뛰어내려 또 다른 세계로 새로운 모험을 떠나지요. 여전 히 겁도, 눈물도 많은 칼이지만 이 정도면 사자왕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지요. 

여러분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다리에 힘이 풀리던 경험을 이미 많이 해 보았을 거 예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지요. 하지만 겁이 난다고 용기가 부족한 게 아니에 요. 칼과 요나탄은 서로에 대한 사랑,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에서 용기를 얻었어요. 여러분도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으며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가져다주는 힘을 찾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그래서 여러분 모두가 용감한 사자왕으로 자라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