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겨울에 읽으면 좋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달라니! 정말 제대로 찾아왔구나. 왜냐하면 나, 에리히 캐스트 너는 ‘크리스마스’에 가장 어울리는 어린이책을 썼거든. 무슨 책이냐고? 『하늘을 나는 교실』이라고 하면 들어보았으려나? 사실 어른들이 여러분에게 권장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어. 이 책에 나오는 말썽꾸러기들은 마음대로 학교를 벗어나 옆 학교 학생들과 눈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자신의 용기를 보여주려고 높은 곳에서 우산만 들고 뛰어내리기도 하고, 돈이 없는 사정을 차마 털어놓지 못한 채 거짓말을 하는 엉뚱한 녀석들이거든.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보다 더 규칙을 잘따르고, 행복하고, 교훈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겠지.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해. 세상에 어떤 어린이가 항상 명랑하고,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모른 채 이루말할 수 없이 행복하기만 하겠어? 아마 어른들은 어른이 되자마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몽땅 잊어버리는것 같아. 그래서 어린 시절에도 슬프고 불행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모든 어린이가 각자의 고민과 걱정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거지. 게다가 때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해. “그깟 일로울다니!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정말 지금의 슬픔이 아무것도 아닌 걸까? 맹세코 그렇지 않아.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이 어째서 어른이 흘리는 눈물에 비해 가벼울 수 있겠어? 나는 오히려 아이들의 눈물이 더 무겁다고 생각해. 나중에 아무리 씩씩하고 용감한 어른으로 자라더라도, 어린 시절의 눈물은 때때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야. 그렇다고 쓸데없이 나약하게 굴자는 뜻은 아니야.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반응해도 괜찮다는 의미지. 우리가 겪는 일들은 반드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성장하게 한단다. 모든 일을 겪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것도 당연한 이야기야! 그래서 나 같은 작가들이 책을 열심히 남긴 거야. 책을 읽고, 그것을 통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야. 책을 읽으면 내 이야기 속 울리처럼 우산을 들고 뛰어내리지 않아도, 우리의 용기를 생활곳곳에서 보여줄 기회는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짐을 든 할머니에게 먼저 다가가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에게 먼저 친구가 되자고 말하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지. 마르틴처럼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예민하게대꾸하거나 혼자 끙끙 앓기보다 솔직하게 상황을 털어놓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 또한 용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