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용기
『눈과 보이지 않는』의 주인공 요하네스는 공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입니다. 요하네스의 엄마는 반려견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새끼는 공원에서 낳았습니다.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기 때문일까요? 요하네스는 공원을 빛의 속도로 달리는 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의 지배자인 들소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우리에 갇힌 들소는 공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두 알아야 한다며 요하네스에게 자신들의 눈이 되어 주기를 청합니다. 요하네스는 들소들의 눈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그들의 눈이 되기로 하지요. 그때부터 요하네스는 부지런히달려, 보고 들은 공원의 소식을 들소들에게 전합니다. 요하네스가 전하는 소식은 인간에 관한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심한 요하네스에게 인간들이 목줄을 채우는 바람에 요하네스는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자유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공원에는 요하네스의 친구들인 도우미 눈들이 있습니다. 바로 갈매기, 다람쥐, 펠리컨 등 공원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입니다. 도우미 눈들은 요하네스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요하네스를 구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친구들 덕분에 자유를 되찾은 요하네스는 우리 안에서 자신이 들려주는 소식으로 공원을 지배하는 들소들에게도 자유를 주고 싶어서 작전을 짭니다.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들소들을 우리에서 탈출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자유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요하네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들소들이 우리에서 나와 염소 떼와 함께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성공하지요. 이제 배에 올라타고 바다를 향해 나가기
만 하면 되는 순간에 바다를 본 들소들이 이야기합니다.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구나.”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와 주어서 고맙구나.”
여러분은 이다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나요? 평생을 공원 우리에 갇혀 살았던 들소 프레야, 새뮤얼, 메러디스는 배를 타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까요? 그렇게 되었다면 들소들의 삶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졌을 텐데요. 탈출 작전의 성공을 눈앞에 두었을 때 들소 프레야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줄곧 은둔하는 삶을 살았단다. 제한된 삶이었지. 그러나 너희들이 우
리의 눈을, 그리고 정신을 자유롭게 해 주었어. 오늘 너희들이 해 준 일의 의미는
너무나도 크다. 정말이야. 무척 귀중한 일이었어. 우리에게 바다를 주었잖니. 그
무엇도 가로막지 않는 시야를 주었잖니. 영원히 있지 않으마.”
어때요? 들소들은 그저 바다를 본 것으로 만족합니다. 더 너머의 세상으로 가려고 하지 않지요. 이제 요하네스가 아닌 또 다른 동물이 그들의 눈이 되어 공원의 소식을 전할 것이고, 들소들은 그 소식으로 계속 공원의 지배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요하네스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염소 떼 중의 하나인 헬렌은 들소들이 공원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자 요하네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코요테와 함께 달리면서 세상을 구경할 수도 있어. 세상엔 구경할 게 너무나많거든. 네가 정말로 눈이라면, 정말 세상을 바라보고 달리기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라면, 난 네가 함께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
헬렌의 이야기를 들은 요하네스는 배에 오릅니다. 요하네스는 이제 들소의 눈으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보고 싶은 걸 보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게 되겠지요. 요하네스는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보기로 합니다. 누군가의 눈으로서가 아닌 자신의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