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어린이를 위한 긴 이야기


유영종(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번에는 지금까지 소개한 것들보다 훨씬 더 긴 작품을 소개할게요.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긴 이야기도 재밌게 읽는 우리 어린이 독자들께 길이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가 한 50년쯤 전에 발표한 『모모』라는 작품이에요. 엔데는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도 썼어요. 『끝없는 이야기』라니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주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요. 『모모』도 『끝없는 이야기』 못지않게 신비롭고, 또 긴 이야기예요. 『모모』라는 책 제목 밑에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 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고 적혀 있어요. 이 짧은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모모』는 신비한 모험 이야기예요. 시간을 훔치는 도둑들, 등딱지에 글자를 떠올려 대화하는 거북이, 그리고 그 거북이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소녀의 이야기라니 벌써 궁금해지지 않나요? 시간 도둑과 맞서는 주인공을 통해 『모모』는 사람들이 왜 점점 더 바쁘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어요. 시간을 아끼려 조바심을 내지만 항상 시간에 쫓기고, 바쁘게 살며 재물을 쌓고, 명예를 얻어도 별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 여러분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의 말이나 생각에 귀 기울이지 않을 정도로 시간에 집착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어른들이 많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게다가 여러분도 『모모』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점점 재밌는 상상 놀이 시간을 빼앗기고, 앞날에 유익한 것들만 배워야한다고 강요당하고 있잖아요. 머지않아 여러분도 시간을 아껴서 저축해야 한다는 시간 도둑의 속삭임을 듣게 될 거예요. 그런 때를 대비해 꼭 『모모』를 읽어보세요. 어쩌면 “언제나 없는 거리”의 “아무데도 없는 집”에서 매시간 피어나는 아름다운 시간의 꽃송이가 기억나 그 속삭임을 물리칠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마법 같은 시간 이야기, 그리고 거의 400쪽이나 되는 긴 이야기가 아직 어렵게 생각되면 그림책 읽기부터 시작할 수도 있어요. 『모모』는 2024년 초에 우리말 그림책으로도 출판되었거든요. 이 그림책에는 시간을 되찾는 모험 부분이 모두 빠져 있어요. 시간 도둑과 훔쳐 간시간 이야기는 『모모』의 중간 부분부터 나와요. 그런데 그림책은 길이가 짧기 때문에 원작의 앞부분만 담고 있어요. 이 앞부분은 시간의 신비함과 더불어 『모모』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인 이야기하기, 그리고 이야기 듣기에 대해 들려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