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약국


신재순


버드나무 껍질로 

두통약을 만든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나는 버드나무 약국을 생각했다 

머리 아픈 엄마가 약 사러 가는 길가에 

버드나무 가로수를 심어야지 

수양버들이면 밤길에 무섭지 않게 

나뭇가지를 알맞게 잘라 주어야겠다 

노랗고 빨갛게 꿈틀대는 버드나무 꽃봉오리를 

애벌레라며 엄마를 놀리진 말아야지 

엄마가 길 끝에 있는 버드나무 약국에 

도착할 때쯤 머리는 맑아져서 

“아차, 내가 여기에 왜 왔지?” 하다가 

“우리 아이 줄 달콤한 비타민 하나 주세요.”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드나무 이파리들이 엄마 머리를 

살랑일랑 만져 주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가 

“왠지 이 길은 누가 날 위해 만들어 놓은 길 같아.” 

하고 몰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