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마음속 이야기를 써두세요


이윤영


봄이 오는듯하더니, 금세 여름이 되었어요. 여름 하면 숲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에어컨 바람은 지금 당장의 더위를 없애준다면, 숲속에서 느낄 수 있는 서늘함은 몸 전체를 개운하고 시원하 게 해주거든요. 짙은 초록색 나뭇잎이 우거진 큰 나무 아래에 있으면 불어오는 바람과 그에 흔 들리는 나뭇잎 소리, 그늘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빛나는 햇살, 이 모든 것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혹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어린이가 있다면, 꼭 이번 여름에 숲으로 가보세요. 


나무와 숲을 사랑했던 작가가 있습니다.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예요. 1994년에 노벨문학 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가랍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거나 생 각이 많아지는 날에는 늘 숲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그런 작가에게 할머니는 이야기 하 나를 들려주었는데, ‘나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작가가 살았던 마을 사람들은 ‘나의 나 무’가 있다고 믿었어요. 산속 깊은 곳에 각자의 ‘나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의 뿌리에서 사람 의 영혼이 태어난대요.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어 죽으면 다시 영혼이 그 나무에 간다는 것이죠. 그래서 ‘나의 나무’를 찾으면, 아주 나이가 많은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린 오에 겐자부로는 ‘나의 나무’를 만나 묻고 싶은 게 많았다고 해요.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 어린이들이 ‘나의 나 무’ 아래에서 “어떻게 살아왔습니까?”라고 물어볼 것 같다고 말했어요. 이제 자신은 나무가 되 었으니 그 질문에 답을 해주어야 하는데,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했죠. 오에 겐자부로 는 많은 글을 썼는데, 아마 이 말을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자기 마음속에 있 는 이야기를 써두세요.” 그는 우리가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닮아간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오에 겐자부로는 소설 속의 순수하고 용감하며 정의로운 주인공들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고, 평생 인류 전체를 위한 글을 썼답니다. 자기 삶으로 증명했으니, 믿음직 하지요? 


여러분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이번 여름, 우거진 숲 어딘가에 있을 ‘나의 나무’ 를 찾아가 여러분이 살고 싶은 멋지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써봅시다. 언젠가 우리가 나무 가 되었을 때, 진짜 그런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