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나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라는 책을 쓴 브라질의 작가 마우루 지 바스콘셀로스라고 해.
내가 살던 브라질의 방구 시는 위험한 동네였어. 나의 어린 시절은 정말 힘들고 불행했지. 누구도 내게 상냥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 주지 않아서 나는 눈치껏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배우면서 자랐단다.
어른이 된 후에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던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 세상엔 여전히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많을 테니까. 그 아이들에게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누구나 좋은 어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라는 책을 썼어.
책의 주인공은 ‘제제’라는 다섯 살짜리 꼬마야. 상처 많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제제는 나의 과거이기도 하지만, 마음속 말 못 할 상처를 가진 모든 어린이기도 해. 어디에 사는 누구든, 책을 읽으며 제제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모두 이 소설의 주인공이지. 제제는 폭력적이고 무신경한 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살고 있었어. 장난기가 심하고 누나의 말을 잘 안 듣긴 하지만, 빵을 사면 더 가난한 친구와 나눠 먹을 줄 아는 착한 아이였지. 또, 더 어린 동생에겐 어떻게든 장난감을 마련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만은 따뜻한 아이야. 그런데 매를 맞거나 외롭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제제를 위로해주는 건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 밍기뉴라고 이름 붙인 ‘라임오렌지 나무’ 한 그루뿐이었어. 아직 어린나무인 밍기뉴는 조용히 제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속상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지.
어느 날, 제제에게도 사람 친구가 생겨. 우연한 사고로 알게 된 포르투갈인 아저씨 ‘뽀르뚜가’였어. 사실 제제는 그 아저씨에게 장난을 치다가 심하게 혼이 난 적이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아저씨는 다친 제제를 치료해주고, 낚시도 데려가주는 등 무척 친절한 사람이었지. 제제는 밍기뉴에게만 털어놓았던 이야기를 이제 아저씨에게도 할 수 있었어. 아저씨는 제제가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사람이었거든. 아저씨는 제제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어.
너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마음속 비밀이 있지? 그건 상처일 수도 있고, 부끄러운 기억일 수도 있을 거야. 누군가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건, 사실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해. 상대를 믿어야 하고, 나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마음을 누군가 알아봐준다면, 상처에 갇히는 게 아니라 이를 딛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겠지. 중요한 건 너희 역시 마음을 열고 상대를 바라봐야 한다는 거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위로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면, 그 관계는 너희를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성장시킬 거란다. 밍기뉴와 뽀르뚜가 아저씨는 제제에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주었어. 말하진 않았지만 밍기뉴와 뽀르뚜가 아저씨에게도 제제는 그런 존재였을 거야.
그러나 영원히 뽀르뚜가 아저씨와 함께 어울려 지낼 수는 없었어. 아저씨는 불운한 사고로 제제의 곁을 떠나게 되거든. 사실 모든 관계란 게 그래. 지금 사이가 좋다고,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어. 중요한 건 이별이 오기 전까지 그 관계를 너희가 어떻게 맺느냐는 거야. 마음속 상처나 고민을 털어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관계를 통해 너희는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될 거야. 똑같이 상처받는 상황이 와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되겠지.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걸 ‘성장’이라고 부른단다. 너희에게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관계를 맺고, 넓은 세계로 나아갈 시간이 찾아올 거야. 때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그럴 땐 너희만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만들고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랄게. 분명 언젠가 몸도 마음도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