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주의 음악
김현정(한양아이소리부산동부센터 원장/경성대학교 음악치료학과 겸임교수)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올해 겨울은 여름이 가자마자 우리가 미처 가을 단풍을 느끼기도 전에 성급히 온 듯 합니다. 거리와 마트에서 느껴지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는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아쉬움과 함께 ‘벌써? 한해가 다 지나갔네’라는 안타까움도 일으키게 하지요. 올해는 특히 전쟁으로 인해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 아 그 안타까움이 더한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발사한 미사일과 무기로 집과 놀이터가 파괴되고, 치료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조차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너무 큰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 친척을 잃는 슬픔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념의 대립과 전쟁의 고통을 피해 평화를 찾으려 노력한 음악가들이 많이 있습니 다. 그중에서 저는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벨라 바르톡(Bela Bartok, 1881~1945)이 떠오릅니다. 바르톡은 헝 가리에서 태어난 음악가입니다. 어머니에 게 피아노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는 데, 11세 때에 피아노 소품을 작곡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18세 때 부다페스트 왕립음악 원에 입학하여 작곡과 피아노 를 더 공부했지요. 그 당시 헝 가리는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 기에 그는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헝가리의 노래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산간 벽촌까지 두루 다니며 수천에 이르는 옛 민요들을 녹음하고, 악보로 기록하여 음악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답니다. 미국으로 망명한 후에 는 빈곤과 백혈병으로 비극적인 생을 마쳤으나 그가 남긴 많은 무대 음악과 관현악곡, 실내악곡이나 피아노곡 등은 그의 죽음 이후 더욱 그 진가를 평가받게 되었지요. 특히 ‘미크로코스모스(Mikrokosmos)’는 자신의 두 아들을 위해 교육용으로 만든 피아노 소곡 153곡을 6권에 나눠 수록한 곡입니다. 쉬 운 곡부터 연주회용 어려운 곡까지 포함하는 매우 독특한 연습곡으로 음악사에서도 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권(Vol.1)부터 4권(Vol.4)까지는 주로 기법을 위한 곡들이 있고 5권(Vol.5)과 6권 (Vol.6)은 기법을 기초로 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곡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 든 흐름의 중간중간 재미있는 곡들이 있어 지루하지만은 않지요. 예를 들어 ‘여우의 노 래’(Vol.Ⅲ, 95)나 ‘험한 길’(Vol.Ⅲ, 96), ‘어린이를 위한 노래’(Vol.Ⅳ, 106), ‘안개 속의 멜로디’(Vol.Ⅳ, 107), ‘씨름’(Vol.Ⅳ, 108) 같은 곡을 들어보면 음악의 익살맞음에 미소 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또한 드뷔시의 곡들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떠오르는군요.
‘미크로코스모스’라는 말 그대로의 뜻은 ‘작은 우주’이나, 이중적 의미 로서 하나는 ‘어린이의 우주’ 또 다른 하나는 ‘음악의 우주’를 뜻하기도 합니다. 바르톡은 아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우주를 창조했지만, 그 우주는 작은 우주에 머물지 않고 오랜 세월이 흘러 우리에게도 또 다른 아름다운 우주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우리 모두가 함께 모여 살고 있 는 아름다운 세상인데, 어린이 여러분이 성장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 바르톡이 우리에게 남겨준 아름다운 음악의 우주처 럼 그대로 아름다운 세상으로 남기를 소망해봅니다. 짧고 작은 음 하나하나가 모여 음악의 우주를 이루듯이, 저 멀리 작은 별 하나 하나가 모여 아름다운 밤하늘을 빛내듯이, 전쟁과 갈등을 멈추고 평화를 사랑하자는 여러분의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아름답고 예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큰 힘 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