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뜨거운 햇살과 물놀이, 태풍으로 기억되는 다이나믹한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섰습니다. 다른 계절의 변화보다 특히나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차분함을 줌과 동시에 내가 가야 할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부터 가을은 사색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나 봅니다. 

차분한 사색을 통해 나의 주위를 둘러보고 나의 내면에 집중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내가 가진 것과 하고 있는 것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여러분이 특히 음악을 통해 이 과정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클래식음악이라고 말하는 곡들은 시대와 역사를 아우르며 인종과 연령을 초월하여 감동을 줍니다. 변하지 않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미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사회의 결속력이나 유대감을 강화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크로스라는 학자는 음악이 사회 수용에 대한 능력을 보강한다고 했습니다. 타인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보다 공동체 의식이 더욱 필요한 요즈음, 이러한 수용의 능력은 우리가서로를 보듬고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과 차가운 겨울의 강렬함은 아니지만 좋은 날씨와 색색의 단풍으로 여름과겨울의 사이에서 아름다운 연결을 해주는 가을처럼, 고전주의의 형식을 지키면서 낭만주의의 아름다운 정서를 결합하여 근대의 드보르작이나 쇤베르그 등에게 영향을 준 음악가가 떠오릅니다. 바로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입니다. 교향곡이나 관현악곡, 협주곡이나 실내악곡, 가곡이나 합창곡 등 모든 장르에서 다양한 곡들을 남겼고 피아노곡들도 주옥같은 작품들이 있지요. 집시 음악이 주제가 된 헝가리무곡은 여러분도 어디선가 한 번 이상은 꼭 들어보았을 곡입니다. 저는 특히 브람스의 피아노곡 인터메조(Intermezzo)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작품번호 Op.117, Op.118, Op.119 모두 아름답고 사람의 감정에 충실한, 그러나 절제되어 긴 호흡이 필요한, 마치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듯한 곡들입니다.


조용한 가을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며 서두르지 않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개학을 한 후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야할 것 같고 바쁘게 지내야할 것만 같다는 느낌으로 앞만 보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한걸음 쉬어가기가 되 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해야만 혹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서 이루어야만 안심될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우리 부모님들께도 필요한 순간이라고 느껴 집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음악공부를 할 때 초기에 저는 빠르게 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으 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브람스의 인터메조 Op.119를 가르쳐주신 프랑스 은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긴 호흡을 하고 천천히 들여다보며 흐름을 따라 그림을 그려라, 그래야 빠르게 쳐야할 때 빠르게 칠 수 있다’라고요. 제가 브람스를 들을 때마 다 생각나서 다시 한 번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그 힘으로 다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아름다운 가을에 다시 한 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가진 예쁜 마음의 조각들을 모아 주위와 연결시켜 아름다운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 기를 바랍니다. 혼자 완성한 그림보다 다양한 여럿이 모여 그린 큰 그림은 정말 멋지거든요!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부모님들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더 많은 내용은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2023년 가을호에서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