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요?


물리학을 아시나요?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인디고 서원에서 제120회 주제와 변주가열렸습니다. 주제와 변주는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의이름인데, 책을 쓴 저자 선생님을 만나 질문하는 시간이에요.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열렸던 주제와 변주가 오랜만에 대면 행사로 열려 참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정창욱 선생님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인공 잭스패로우의 모습으로 등장하셨습니다. 책을 읽은 독자와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는데요. 그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정창욱 선생님은 물리학자입니다. 여러분은 물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아시나요? 물리학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 현상들의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로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아이작 뉴턴과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임을 밝힌 ‘상대성 이론’을 알아낸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있습니다. 이론의 이름만 들어도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나요? 이름이 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물리학을 통해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위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고, 인공위성도 쏠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물리 법칙을 따르고 있답니다. 


정창욱 선생님은 최근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물리학 이론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 그 너머 우주까지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책에는 한석봉과 어머니의 대결을 물리학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요. 여러분은 한석봉의 어머니가 어떻게 이겼다고 생각하나요? 한석봉의 어머니가 어두운 곳에서 떡을 써는 연습을 엄청 많이 했다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미있게 가설을 한번 세워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석봉의 어머니가 구미호였다고 가정해 보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요? 구미호는 여우니까, 여우처럼 세상을 봐요. 여우의 망막 뒤에는 반사막이 있어서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그 막에 반사해서 시신경을 한 번 더 찾아가요. 어두운 숲에서 여우의 눈을 보면 눈이 반짝이는 이유가 그것이지요. 그래서 어두운 밤에도 사람보다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구미호였다면, 밤에 더 잘 볼 수 있으니 대결에서 이겼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두운 밤길을 어머니는 잘 걸을 수 있는지 봤더니, 그건 아니에요. 오직 떡만 잘 써신 거죠. 그래서 구미호일 것이라는 추측은 사실이 아닌 것이 됩니다. 


어떤 현상의 원인을 가정하는 것을 ‘가설’이라고 부르고, 그것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가설 검증’이라고 해요. 가설을 세우고 가설 검증을 하기 위해 세밀하게 관찰해서 법칙을 알아내는 것이 바로 물리학입니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구미호라는 생각은 너무 황당하고 괴짜 같은 가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물리 법칙은 처음에 이렇게 황당한 가설처럼 여겨졌다는 놀라운 사실을 정창욱 선생님은 말씀해 주셨습니다. 물리학, 정말 재미있는 학문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