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여름 숲에 가본 적 있나요? 짙은 초록색의 나뭇잎이 우거지고, 풀의 키가 사람만큼 자라 있어요. 매미가 시끄러울 만큼 큰 소리로 울고, 계곡의 물소리는 힘차지요. 여름 숲은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에요. 또,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커다란 나무들과 시원한 계곡물이 더위를 식혀주는 훌륭한 공간이지요. 그런 숲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음악가가 있어요. 류이치 사카모토랍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영화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해지기도 했지요. 우리나라 영화 <남한산성>과 <안녕, 티라노>의 음악도 만드셨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딘지 모르게 슬픈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많은 감정이 담겨 있어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나무를 사랑했습니다. 2007년에는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숲을 지키고 나무를 심는 단체 ‘모어 트리즈(more trees)’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를 수집하는 일도 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나가서 빗소리를 들어보고, 사람들이 숲에 버린 쓰레기를 두드리며 자연의 소리와 인간의 소리를 비교해서 들어보기도 했어요. 북극이나 아프리카에 가서 지구에 아주 오래 있었던 물소리를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2023년 3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파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순간에도 류이치 사카모토는 숲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도쿄에서 3천 그루 이상의 나무를 베어내고 건물을 짓겠다는 재개발 정책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냈지요. 돌아가시기 며칠 전, 재개발을 진행하려는 정치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저는 한 명의 시민입니다. 시민이라면 살고 싶은 장소에 대한 꿈을 갖고 삽니다. 도시는 그 마음을 닮아 가지요.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살았던 다양한 생명들의 목소리를 존중할 수 있는 곳에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숲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계속 많은 사람의 마음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여러분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으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