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침묵을 들어 본 적 있나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소설가로 살았던 주제 사라마구라고 합니다. 제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어린이가 많지요? 저는 어른들이 읽는 소설을 대부분 썼기 때문에 여러분이 저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여러분이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9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고, 제가 쓴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답니다. 미안하게도 여러분이 읽기에는 좀 어려운 소설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랍니다. 제 책 중에 그림책으로 나온 건 4권인데, 그중 『물의 침묵』이 한국에도 번역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이 그 이야기를 읽어준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물의 침묵』은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제 삶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이야기로 썼어요. 어릴 때 제가 살던 마을에 있었던 ‘알몬다 강’에 종종 낚시하러 갔거든요. 그날도 코르크로 만든 찌를 던지고 한참 동안 기다렸습니다. 마치 강물이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물고기가 제 낚싯줄을 세게 잡아당겼습니다. 낚시를 해 본 어린이가 있나요? 물고기가 힘껏 잡아당길 때, 가슴이 쿵쾅쿵쾅 엄청 뛰었어요. 그러나 그 전투도 잠깐, 곧 물고기는 저의 낚싯바늘, 낚싯줄, 찌와 추까지 모두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상황에 마음이 어떨 것 같으세요? 저는 너무 속상하고 저 자신이 불행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진 강물이 야속했어요. 저는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갑자기 다시 전투해야겠다고 생각해 집으로 뛰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고 엉뚱한 생각이었지만, 물고기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낚싯대를 다시 준비해야 했어요. 집에서 다시 무장한 저는 강으로 돌아갔고, 낚싯바늘을 강으로 던졌습니다. 그런데 물이 정말 조용했어요. 그렇게 깊은 침묵은 처음 느껴봤어요.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 


어떻게 됐냐구요? 물의 침묵은 끝내 깨지지 않았고, 저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어요. 저는 누군가 그 물고기를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여러분이 잡았나요? 만약 낚싯바늘을 달고 있는 물고기를 강에서 만났다면, 그건 제 물고기일 거예요. 


여러분에게는 저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나요? 그 기억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그 순간의 느낌과 생각과 감정과 냄새와 색깔을 잘 떠올려 보세요. 마음이 찌릿해질 만큼 생생한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어린 시절 그 기억이 제가 살아가는 동안 큰 힘이 되었거든요. 어떤 힘이냐구요? 그건 여러분이 직접 경험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저처럼 노인이 되었을 때 그 아름다운 기억을 또 다른 어린이들에게 꼭 전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