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노래



김현정(음악치료사/한양아이소리부산동부센터 원장)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새로운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나뭇가지 끝에 맺힌 꽃망울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보며 예쁘 게 활짝 피어날 것을 기대할 때, 어린이 여러분의 환한 웃음이 떠올라 행복한 봄입니다. 기나 긴 겨울과 코로나로 인한 닫힘도 벗어버리고 이제 여러분도 학교에서 자유로이 친구들과 색 연필도 나눠 쓰며 급식실과 운동장에서 힘찬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요? 

이번에 저는 여러분의 생기 가득한 일상을 응원하기 위해 어린이를 위한 많은 음악 가운데 차이코프스키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Children’s Album, Op.39)’을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좋 아하고 오래전 피아노로 즐겨 쳤던 곡인데 글을 준비하며 다시 쳐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치 새로 시작하는 봄날처럼 말이지요. 


한 권의 사진 앨범 속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사진들이 모여 있듯이, ‘어린이를 위한 앨범’에는 어린이들이 이해하고 느끼기 쉬운 24개의 짧은 곡들이 모여 있어요. 유럽과 러시아 의 민속 노래와 춤곡, 어린이들의 일상이나 어린이 세계만의 변화무쌍한 다양한 장면들이 소 재가 되어 음악적으로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자신보다 10살 아래였 던 쌍둥이 형제 모데스트, 아나톨리를 함께 진정으로 공감하고 풍부한 공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는 훌륭한 놀이동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조카들을 위해서도 아낌없는 애정을 쏟았는데 ‘어린이를 위한 앨범’에는 이러한 그의 사랑과 다정다감함이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24개 각 곡은 곡마다 제목이 붙어 있는데, 제목들만 보아도 하나의 재미난 이야기 같습니 다. 아침 기도로 시작하는 하루의 일상과 목마놀이, 나무병정들의 행진, 그리고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았을 법한 아끼는 인형과 그 인형과의 이별. 또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춤곡들과 여러 노래, 꿈 그리고 마지막 24번인 손풍금 악사의 노래 등으로 이루어진 곡들이 흥미와 생기를 더한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본 어린이의 생활이 구체적인 소재가 되어 이 곡 에 반영되기도 했고, 인형에 관한 이야기는 1868년 파리에서 처음 출간되어 그 당시 유행했던 어린이 동화 ‘소피의 불행’에 나오는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다시 쳐보았을 때 특 히 3번 곡인 ‘엄마(Mama-Mummy)’가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 가족과 친구들, 아끼는 장난감 혹은 자신이 보게 되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질까요? 하루의 일상과 그 일상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마음들, 사랑과 보살핌과 다정함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요? 

어쩌면 지난 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서로에게 마음을 쉽게 보여주지 못하게 하고 조심하 게 만들고 나의 안위와 건강함만을 생각하게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새 계절을 맞이하며 우 리는 일상에서 서로에게 좀 더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하며 이 별의 마음이나 즐거움을 공감하며 나누는 다정함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생각하거나 느끼지 못했다면 차이코프스키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을 들어보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 따스한 다정함으로 어린이의 하루를 지켜본 차이코프스키가 느꼈던 마 음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음악은 우리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 을 담아내거든요. 그리고 저는 여러분이 이 다정한 마음을 새봄에는 아낌없이 표현할 수 있기 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