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를 찾는 여행


유영종


여러분은 자신이 착한 어린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른들은 여러분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에서도 모범을 보이는 어린이가 되기를 기대해요.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기대를 다 채우는 건 쉽지 않지요. 그래서 가끔 힘들 때도, 스스로를 자책할 때도 있을 거예요. 


어린이 책들도 늘 예의 바르고 어른 말 잘 따르는 주인공을 내세워 독자들을 그런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왔어요. 적어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란 아이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허클베리 핀은 이번에 소개할 작품,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이에요. 

허클베리 핀은 이전까지 출판되었던 어린이 책의 주인공들과는 달랐어요. 부랑아에다가, 잘 씻지도 않고, 거짓말도 잘했거든요. 게다가 가끔씩 남의 물건들을 허락받지 않고 “빌리기” 까지 했고요. 어른들은 이런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걱정했어요. 책을 숨기기도 했고, 학교나 공공 도서관 서가에 들어오지 못하게 방해도 했지요.


하지만 1880년대에 출판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이제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예요.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겨 있더라도 찾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또 다른 이유는 어린이 독자들이 허클베리 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서예요. 어른들이 불량소년이라고 생각한 허클베리 핀은 다른 어린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거든요. 어른과 사회의 잣대 때문에 허클베리 핀은 자신이 형편없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가끔 그러는 것처럼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보지요.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런저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허클베리 핀이 대부분의 어린이 독자들처럼 순수하고 착한 아이라는 것이 드러나요. 또, 용감한 아이라는 것도요. 


흑인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 강을 따라 노예제가 없는 곳을 향해가던 허클베리 핀은 큰 갈등을 겪어요. 주인에게서 도망친 노예를 도우면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지옥에 떨어질 만큼이나 나쁜 아이가 된다고 배웠거든요. 하지만 막상 짐이 노예 사냥꾼에게 잡혀가자 허클베리 핀은 큰 결심을 해요. 짐을 노예주로부터 탈출시키기로요. 

짐을 돕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거예요. 어른, 그리고 사회가 옳다고 가르쳐 온 것들을 거스르는 행동이니까요. 하지만 허클베리 핀은 짐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받아들여요. 강 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모험을 하며 노예 짐이 느끼는 아픔, 두려움, 희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허클베리 핀은 자연스럽게 짐의 친구가 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