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부르는 뱃노래
김현정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유난히 무덥고 길었던 여름도 지나고 곡식과 열매가 무르익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여름 바다를 뒤로 하고 풍성한 한가위 향해 가는 것이 마치 천천히 뱃노래의 리듬에 맞춰 희망을 향해 노를 저어 가는 듯합니다.
서양음악의 뱃노래(영어:barcarole, 프랑스어:barcarolle)는 17세기 시민적인 베네치아 오페라 아리아들이 다양한 짧은 노래 형식들로 만들어지면서 정형화된 곡들 중의 하나인데 주로 6/8박자로 되어 있습니다. 들리는 리듬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이다 보면 메리암(A.P. Merriam)이 말한 음악의 기능 중 신체적 반응을 유발하는 음악의 기능을 실감할 수 있지요.
저는 뱃노래의 예를 들자면 멘델스존의 ‘무언가’에 수록되어 있는 ‘베네치아의 뱃노래’가 기억납니다. 그러나 특히 좋아하는 뱃노래는 오펜바흐의 마지막 작품인 ‘호프만의 이야기’ 2막에 나오는 뱃노래입니다. 오펜바흐는 독일의 쾰른에서 태어났으나 프랑스 파리에서 살았고 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첼로 주자였습니다. 1855년 이후에는 극장장이 되었고, 그가 작곡한 100개 이상의 무대 작품이 남아 있지요. ‘호프만의 이야기’는 그의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이고, 그의 사후인 1881년에 초연되었습니다. 규모가 큰 낭만적 오페라인데 베네치아의 노래로 사용되는 뱃노래는 특히 서정성 짙은 음악적 질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되어 있습니다.
호프만의 이야기 내용과는 별개로 이 ‘뱃노래’가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희망과 위로를 주는 매개체로 사용된 곳이 있는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입니다. 귀도가 도라를 만나기 위해 극장을 찾게 되고 무대에서 오페라 가수가 배를 타고 등장하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데 바로 이 뱃노래입니다.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6/8박자의 리듬을 따라 배가 더욱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느낌을 주지요. 마치 규칙적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가듯이 말입니다. 귀도와 도라는 결혼을 하게 되고 한없이 귀여운 아들인 조슈아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곧 전쟁 상황으로 인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인 귀도는 조슈아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애쓰지요. 그리고 도라는 귀도가 수용소 마이크를 통해 들려주는 뱃노래를 통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베네치아의 뱃노래는 곤돌라를 떠올리게 하여 느리고 유유자적한 느낌을 주지만 저는 여러분이 뱃노래를 좀 더 넓은 의미로 확장시켜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배는 머물러 있기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여가야 할 것입니다. 등대를 향해 가듯이 목표를 향해 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물살과 바람을 견디며 가야 할 것이니까요. 저는 여러분이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며 물살을 견디고 있는 사람, 바람에 맞서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서로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희망을 공유하는 것은 용기를 더욱 모으는 것이기도 하고 혼자서 부르는 뱃노래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뱃노래는 훨씬 더 즐겁고 아름다운 힘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제 귀에는 여러분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부르는 뱃노래의 허밍이 들리는 듯합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희망의 등대에 도착하는 기쁨을 함께 누릴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