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에
우주가 담겨 있어요
여러분은 즐겨 먹는 음식이 있나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은 아주 다양하겠지만 누구나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가장 자주, 가장 많이 먹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밥입니다. 그런데 밥도 현미밥, 보리밥, 콩밥, 흑미밥, 찰밥 등 종류가 많아요.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쌀 한 톨에는 아주 긴 시간과 노력, 생명이 담겨 있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쌀을 먹는 양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큰 문제입니다. 올 여름 같이 병충해나 태풍이 없어 쌀이 풍년이면, 쌀 가격은 더 떨어지게 되는데, 그럼 농부들이 내년에 다시 쌀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진대요.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우리 땅에서 더 이상 쌀농사를 짓지 않게 될 것이고, 그럼 우리는 모든 쌀을 수입해서 먹어야 합니다. 더 싸게 쌀을 사 먹을 수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요? 쌀 한 톨에는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들어 보실래요?
쌀 한 톨에 담겨 있는 계절
우리나라의 1년은 사계절로 나뉘지요.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농작물을 관리하며 잘 키우고, 가을에는 수확을 합니다. 수확한 농작물로 겨울을 나지요. 그래서 봄, 여름, 가을에는 농촌이 아주 바쁩니다.
농사에는 씨앗을 심고, 작물을 키우고, 열매를 수확하는 시기가 아주 중요합니다. 사계절만으로는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요. 달력이 없던 때에는 달의 모양을 보고 시간의 흐름을 알았습니다. 이를 ‘음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음력을 사용해왔지요. 하지만 달의 모습만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태양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양력’을 만들었고, 이 양력을 기준으로 24개의 절기를 구분했습니다. 24절기는 농사를 지을 때, 음력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에 6개의 절기가 있습니다. 한 달에는 2개의 절기가 있지요. ‘입춘’이라는 절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데요. 이맘때쯤이면 집마다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글을 붙여둡니다. 입춘을 맞이해 복을 기원하고, 맑은 날과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이처럼 절기마다 예로부터 해오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가 있다면 끝을 알리는 절기도 있겠지요. 바로 봄비와 함께 봄이 저문다는 ‘곡우’입니다. 곡우에는 못자리에 볍씨를 심습니다. 못자리에서 볍씨가 자라나면 모가 됩니다. 이 모를 논에 옮겨 심는 것을 모내기라고 하는데요. 여름의 절기 중 ‘망종’에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사람 손으로 하나씩 줄을 맞춰 모를 옮겨 심었기 때문에 일손이 아주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웃끼리 농사일을 서로 도와주는 품앗이를 하며 바쁜 농사철을 지나왔습니다.
논에서 모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벼가 됩니다. 노랗게 잘 익은 벼가 가득한 논을 본 적 있나요? ‘백로’라는 절기가 되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농촌의 노란 들판을 볼 수 있습니다. ‘백로’의 뜻은 흰 이슬인데요.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밤이 쌀쌀해져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시기입니다. 백로쯤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져 곡식이 노랗게 잘 익습니다. 이때까지 벼 이삭이 잘 여물어야 쌀이 맛있다고 합니다.
가을의 절기 중 ‘추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입니다. 추분이 지나면 밤이 점차 길어지기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 걸 실감할 수 있어요. 벌레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사라집니다. 추분에는 잘 여문 곡식들을 거두어들입니다. 이를 가을걷이라고 하고, 농촌이 가장 바쁜 시기예요. 벼뿐만 아니라 조, 수수, 콩 등 다양한 논밭의 작물을 수확합니다. 벼의 경우에는 벼를 베고, 탈탈 터는 탈곡 과정을 거칩니다. 이 나락을 잘 말렸다가, 정미소에서 나락의 껍질을 벗기면 우리가 아는 쌀이 됩니다. 쌀 한 톨에 담겨 있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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