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친절의 힘


유영종


길가의 풀벌레들이 덥고 습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는 걸 알리고 있는 것 같아요. 벌써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요? 여러분은 학교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있나요?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교과목이 궁금한 건 아니에요. 그것들도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저는 학교가 여러분에게 세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세상을 살기 더 좋은 곳으로 만들도록 가르치는 곳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생각해보면 학교는 세상을 조그맣게 줄여놓은 곳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잖아요. 그 안에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도 간혹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요. 저는 학교가 친구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친절을 베풀라고, 그것이 세상을 잘 사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알려주고 있다고 믿어요. 학교에서 권하고, 함께 읽는 이야기들 대부분이 이런 가치들을 담고 있지요. 


이번에 소개할 『레 미제라블』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들려주고 있어요.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쓴 아주 긴 소설인데,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짧게 줄인 책들도 많이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장 발장』이란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지요. 장 발장이라고 하니 어떤 작품인지 알겠나요? 책을 읽지 않았어도 빵 하나를 훔쳤다가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이라는 사람은 들어봤을 거예요. 


여러분은 장 발장이 받은 벌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래도 저지른 잘못에 비해 벌이 많이 지나친 것 같지 않나요? 19년이나 감옥에 가두어 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심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 크고 힘든 벌은 넓은 세상에서 혼자라고 느끼게 만든 것일 거예요. 아무도 장 발장이 빵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따뜻하게도 대해주지 않았지요. 여러분이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했을까요? 


저라면 마음속에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미움만 키웠을 것 같아요. 장 발장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미움으로 굳었던 장 발장의 마음이 풀리게 되는 사건이 생겨요. 무엇이 그런 마법 같은 일을 불러올 수 있었을까요? 그건 바로 공감과 조그만 친절이었어요. 장 발장의 고통과 외로움을 이해하고 측은하게 여긴 한 사람의 따뜻한 말과 행동이 변화를 가져온 것이에요. 그때부터 장 발장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에 눈뜨고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 노력하며 살게 되어요. 


‘레 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프랑스 말이에요. 책 제목처럼 이 이야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움과 외로움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었어요. 가난했던 팡틴, 엄마를 잃은 코제트, 감옥에서 태어난 자베르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이 작품이 감동을 주는 건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며 아픔을 보듬어 주었기 때문일 거예요. 


『레 미제라블』은 공감이 공감이 낳고, 친절이 친절을 낳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이 따뜻한 과정의 시작은 거창한 게 아님을 알려주어요. 『레 미제라블』이 보여주듯 주위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 한 마디, 작은 미소 한 번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과 친절이라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의 가치를 깨닫고 이 세상에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가 되면 정말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