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어린이를 결코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십시오.
어린이는 항상 칭찬해 가며 기르십시오.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보십시오.
어린이에게 잡지를 자주 읽히십시오.
- 1923년 5월 발표된 <어린이날 선언> 중에서
안녕 얘들아, 나는 누구보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방정환이야.
나를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겠지? 내가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은 우리나라에 어린이의 소중함을 알렸다는 거야.
당시에는 어린이들이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어. 어린이날은커녕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도 부족했지. 아이들은 귀찮고 부족한 존재였고, 심지어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도 매우 흔했어.
그때의 어른들은 어린이만의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다들 가난한 형편이기도 했고, 나라를 잃어버린 시대였기 때문에 어린이에 대한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기도 했거든. 하지만 나는 어린이야말로 지금보다 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단다. 새롭고 좋은 걸 가장 잘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라고 말이야.
나도 어린 시절에 학교를 가고 싶어서 마음대로 댕기 머리를 잘랐다가 어른들에게 크게 혼난 적도 있었고, 열두 살밖에 안 된 누나가 시집을 가게 되어서 서럽게 울었던 적도 있어. 이런 어린이의 어려움을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어른들이 어린이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지.
어린 시절, 나의 마음에 위로가 되어 주었던 것은 의견을 함께 나누었던 토론회와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었던 잡지였어. 그 경험을 통해 어린이가 사랑을 받고, 공부를 하고,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지. 실제로 어른이 되어 다른 나라에 유학을 가보니 우리나라에는 어린이를 위한 글이나 노래, 놀거리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어린이> 라는 잡지를 만들어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놀이를 알려주었단다.
때로는 실수하며 교훈을 얻기도 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꿈을 키워가는 게 어린이의 일이야. 나는 항상 세상 모든 어린이가 이렇게 어린이다운 행복을 마음껏 느끼길 바랐어.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을 혼낼 때 화만 내지 말고 어떻게 하라고 자세히 알려주라거나, 충분히 잠자고 운동할 수 있게 해달라거나, 아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어.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에게도 서로서로 존중하고, 풀과 꽃, 동물들을 사랑하라고 당부했지.
오늘날 너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떠니? 모든 어린이가 사랑받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나가고 있니? 밥을 잘 먹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소풍도 가고, 연극도 보고, 그림 그리기나 노래와 같은 여러 문화와 예술을 충분히 누리는 것도 중요하단다. 우리나라에 어린이날이 생기고, ‘어린이’라는 말이 자리 잡은 것은 정말 다행이지만,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 행복하지 못한 어린이가 있지 않을까 항상 걱정돼. 너희에게 주변의 다른 어린이들도 행복하고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꿈을 펼칠 기회는 충분한지 살펴봐 달라는 부탁하고 싶어. 세상 모든 어린이가 어린이다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