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드는 평화의 소리
김현정(음악치료사/한양아이소리부산동부센터 원장)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푸르른 신록과 함께 또 다른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은 빛나는 햇빛과 바다와 짙어가는 초록잎 자연과 어떤 여름을 보내고 싶을까요? 이번 여름에는 특히 생각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자연과 계절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입니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 생기와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한 존재인데 어른들의 전쟁으로 인해 힘든 삶을 겪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모든 어린이가 평화롭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여름은 봄에 시작되었던 새싹들이 더욱 힘을 내어 커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자연의 질서 속에서 각각의 생명체들이 서로서로를 존중하고 지키며 자라지요. 저는 이 시기에 여러분들이 자연을 느끼며 조용하지만 함께 하는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 중에 자연과 숲을 주제로 하고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를 위한 곡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특히 몇몇 곡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슈만의 피아노곡인 ‘어린이 정경(op. 15)’ ‘어린이를 위한 모음집(op. 68)’ ‘숲의 정경(op. 82)’과 또 숲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소재로 재미있는 관현악곡을 만든 아일렌베르크의 ‘숲속의 물레방아(op. 52)’, 미하엘리스의 ‘숲속의 대장간’입니다. 이런 곡들은 표제음악이라고도 하는데 제목을 들으면 곡의 내용을 짐작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뜻입니다.
슈만은 피아노라는 악기의 표현 가능성을 ‘오케스트라’처럼 확대한 음악가이고 매우 많은 곡을 썼답니다. ‘어린이 정경’은 번호와 제목이 붙은 13개의 짧은 멜로디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린이들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과 꿈이나 감정, 장난이나 놀이 등을 표현한 것이지요. ‘어린이를 위한 모음집’도 마찬가지로 1부, 2부로 나누어진 총 43개의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숲의 정경’이나 ‘숲속의 물레방아’, ‘숲속의 대장간’ 등의 곡에는 우리가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볼 수 있는 장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멜로디와 악기로 표현되어 있답니다. 산속의 길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 소리, 숲속의 새들과 뻐꾸기 소리, 그리고 힘차게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리듬 등 모든 예쁜 소리가 악기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는 자연이 파괴되고 평화와 질서가 무너지게 됩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균형을 잃게 되지요.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듯이 눈에 띄는 변화가 금방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평화롭게 움직이는 것이 자연이고 숲인 것 같아요. 물론 그 속에서도 각종 생물들 간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과 노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지는 않지요.
저는 여러분이 음악으로 표현된 자연의 소리들을 들어보면서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이런 다양함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평화는 소중한 어린이 여러분과 여러분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가 귀중하게 지켜야 하는 가치일 것입니다.
모든 어린이가 무기와 총이 만들어내는 전쟁의 소리가 아닌,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평화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 모두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