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도서관은 어떤 장소인가요? 아마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기만 하는 장소는 아닐 거예요.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곳일 수 있고, 특별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기도 할 것이고, 잊을 수 없는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게 해준 곳이기도 할 테지요. 


그런데 여기 여러분이 흔히 떠올리는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도서관이 있어요. 바로 ‘지하 비밀 도서관’이죠. 마법의 책이라도 숨겨져 있냐고요? 마법의 책은 없지만, 마법 같은 변화를 일으킨 도서관이에요. 지하 비밀 도서관은 전쟁 중인 시리아의 다라야라는 도시에 있었습니다. 시리아에 살고 있던 사람들 중 젊은 세대들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서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든 것입니다. 왜 전쟁 중인 도시에 왜 음식이나 무기를 저장하는 창고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을 모아서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했어요. 시리아 시민들은 전쟁 속에서도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고, 도시 밖의 다양한 세계를 상상으로나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으며, 평화와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도서관을 만들고 지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사람은 바로 프랑스의 기자이자 작가인 델핀 미누이 선생님인데요, 이분에게 직접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게요.


인디고: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국의 어린이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델핀 미누이: 안녕하세요, 한국의 어린이 여러분. 저는 델핀 미누이라고 합니다. 저는 프랑스의 기자입니다. 우연히 다라야의 청년들을 알게 되고, 그들이 전쟁 중에 버려진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든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현재까지도 시리아를 지배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는 세계 최악의 독재자로 손꼽힙니다. 시리아에서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원했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거리로 나와 함께 외쳤지만, 시리아 정부는 군대로 시민들을 막았습니다. 시민들이 도시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폭격을 떨어뜨려 도시를 망가뜨리고,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도록 도시 곳곳을 막아 굶주림으로 힘들게 만든 다음,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포기하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다라야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도시에 갇히게 되었지만, 그 안에서 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청년들 중에서는 형제, 가족, 이웃을 눈앞에서 잃은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책을 읽고 토론하며 상상하는 힘으로, 생각하는 힘으로 독재자들에게 맞섰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인디고: 전쟁 중에 만든 지하 비밀 도서관은 청년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었나요?


델핀 미누이: 다라야의 청년들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상 그 어떤 곳과도 연결되지 못한 채 전쟁 중인 도시에 갇혀 있었어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작은 카메라를 통해서 시리아의 소식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에는 전기가 완전히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럴 때면 청년들은 플라스틱을 녹여 직접 전기를 만들어가며 짧은 시간이라도 세상과 연결하고자 애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다라야 바깥에서는 그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리아의 청년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스스로 영화를 촬영하고, 글을 쓰고, 그걸 세계로 전송했습니다.

이때 다라야의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지하 비밀 도서관에서 읽은 책입니다. 책을 통해 청년들은 상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청년들과 연락을 취할 때마다 그들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폐허가 된 도시였지만, 이들은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새로운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고 토론했습니다.

때로는 너무나 배가 고파 길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서 수프를 만들어 서로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먹을 때에도 유머와 농담이 가득했습니다. 이들은 도시가 어차피 무너졌으니 그곳에 축구장을 짓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은 유머와 농담을 잃지 않았고, 이 과정을 통해서 절망을 극복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상상력, 창의력이 다라야에 갇힌 청년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지하 비밀 도서관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거예요.



인디고: 지금 우리 세계 역시 코로나19로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여전히 전쟁도 일어나고 있는 곳이고요. 선생님께서는 잔혹한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글을 쓰고 계십니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계속 기사를 쓰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델핀 미누이: 저는 세계의 진실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지키고자 합니다. 저는 20년 넘게 많은 나라를 직접 다니면서 취재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SNS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도, 어떤 이야기에도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SNS가 현장의 이야기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는 세상을 절대로 구할 수 없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새로운 거짓말이 생겨납니다. 그럼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을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노력은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입니다. 기자로서 저는 여러분이 직접 가지 못하는 곳에 가서 위험하더라도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합니다.

아주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저는 제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일부 사람들이 왜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그 입장도 이해해보는 것이지요. 저는 웬만하면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최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세상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려고 합니다. 



인디고: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들의 새로운 친구가 되고자 하는 한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델핀 미누이: 제가 어린이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믿음에 대한 것입니다. 기자로서, 또 작가로서 제가 배운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위대한 영웅은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여러분입니다. 결코 들리지 않는다 해도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여러분이 바로 위대한 영웅입니다. 여리고 작은 목소리라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그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힘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시리아의 친구들은 희망도 없고, 친구도 없고, 나라도 잃어버렸고 심지어 UN마저도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그들은 먹을 음식도, 읽을 책도 없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책을 읽기 위한 도서관을 만들었고 책을 읽고 토론하며,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생각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습니다. 여러분,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세상에 관심을 잃지 말아 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