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전쟁에 반대합니다


“이야기는 현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공감이고, 공감의 핵심은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세계를 상상해서 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날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 에트가르 케레트


이스라엘 작가 에트가르 케레트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59회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전쟁의 시대, 우리가 말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가요?”라는 강의를 했습니다. 작가는 강의를 시작하며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가의 부모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게 끌려가 강제 수용소에 갇힌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 속에서도 잠들기 전 어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의 따뜻함을 기억했던 작가의 부모님은 아들에게도 잠자기 전 이야기를 꼭 들려주셨다고 합니다.


특히 작가의 아버지는 우리가 보통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선한 선택을 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치가 유대인 아이들을 잡아다가 초콜릿을 주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 말이지요. 나치에게 고통을 받았던 아버지가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이 이상했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유를 물었고, 아버지는 “아들아, 우리가 보는 세상은 너무 작아. 그러니 다른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세계를 꿈꾸어야만 그것을 닮은 세계가 만들어진단다”라고 대답하셨답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고통스러운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과연 다른 세상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추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전쟁에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