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처럼 음악처럼
김현정(음악치료사/한양아이소리부산동부센터 원장)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아직은 추운 듯하다가도 따스한 공기가 느껴지고 햇살의 부드러움이 더해가는 봄이 돌아왔습니다. 봄이 주는 희망은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북돋워 주는 것 같습니다. 매번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지나간 봄과 새로 오는 봄은 분명 다를 것이지요.
저는 이번 봄을 특히나 더 기다렸습니다. 제가 키우는 화초 중에 특별히 추위에 약한 것이 있는데 이번 겨울을 힘들게 보냈거든요. 잎이 처지기도 하고 어떤 잎은 마른 채 영 고개를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바깥의 따스한 햇볕과 공기가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듯이 가지에서 나오는 새로운 작은 초록색이 얼마나 반갑고 감동적이었는지요! 저에게는 힘찬 도약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어린이 여러분이 궁금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어떤 것을 보면 호기심을 가지고 달려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우리가 만나는 각각의 계절은 모두 특색이 있고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봄과 음악을 연결해 생각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비발디의 ‘사계’(Four Seasons) 협주곡입니다. 이탈리아 태생인 비발디는 바로크 시대에 속한 작곡가로서, 간결함과 명확한 음의 흐름 속에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부함을 가지고 사계절을 표현했습니다. 4곡의 협주곡 모두 계절이름의 제목 하에 각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저는 그중에 특히 ‘봄’을 좋아하는데, 들으면 왠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지요.
작품번호 8의 사계 협주곡 중 1번(Violin concerto in E Major, Op.8, RV.269)인 ‘봄(La Primavera)’(Spring)은 1악장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마장조 4/4, 2악장 라르고(Largo, 아주 느리게) 올림다단조3/4, 3악장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전원무곡(Danza Pastorale) 마장조 12/8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악장마다 짧은 시를 뜻하는 소네트가 곡의 연주방식과 느낌을 설명해주나 저는 어린이 여러분이 각자의 상상과 호기심으로 음악을 듣는 것도 추천합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이므로 기본적으로 바이올린을 주축으로 여러 현악기의 음색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밝고 경쾌한 1악장에서 새소리나 시냇물, 천둥소리 외에 여러분은 봄이면 느낄 수 있는 또 어떤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2악장의 ‘라르고’라는 지시어는 단순히 ‘느리게’라는 의미보다, 표현 가능한 혹은 담을 수 있는 감정과 여운의 기다림을 넣은 ‘느리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양을 치던 목동이 나른하게 낮잠을 자듯이 여러분은 천천히 가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2악장에서는 비올라가 개 짖는 소리를 표현하고 있으니 어디쯤인지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3악장의 전원무곡은 그야말로 넓은 초원에서 손잡고 춤추듯이 즐겁고 평화로운 전원풍경을 그리고 있어, 듣고 있노라면 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듯합니다. 또한 소리의 강약이 대비되는 멜로디는 마치 ‘이번엔 나, 이번엔 너’라고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통해 제가 느끼고 그리는 풍경과 여러분의 느낌이나 그림은 다를 것입니다. 저는 ‘봄’을 그렇게 여러 번 들어도 매번 새로이 들리는 음이 있고 지난번에는 작게 들렸던 음이 마치 새로운 그림이 나타나듯이 크게 들리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길 바랍니다. 추위를 기다리고 견디며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마침내 고개를 내미는 새싹처럼, 세상에 대해 아름다운 호기심을 갖고 그 호기심이 동력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며 주위와 소통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것입니다. 희망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어린이 여러분!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이 어떻게 다른지 여러분이 주위와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살펴보세요. 새로운 힘을 내어 멋진 도약을 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