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너희에게 편지를 쓸 수 있어서 정말 기뻐. 내 이름은 미라 로베라고 해. 오스트리아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거기서 작품을 많이 썼으니 오스트리아의 작가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원래 나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쓰니까 독일 작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내가 독일에서 태어났는데, 왜 오스트리아에서 살았는지 궁금하다고? 사실 내가 살았던 시기엔 독일에 히틀러라는 독재자와 나치가 나와 같은 유대인을 아주 심하게 괴롭히고 심지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이기까지 하는 일이 있었단다. 난 어렸을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당시 독일에서 유대인은 대학에 진학할 수조차 없었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목숨까지 위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일을 떠났지. 전 세계를 집어삼킨 광기의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오스트리아에 정착해서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단다. 혹시 『작지만 나는 나』, 『내 친구에게 생긴 일』, 『사과나무 위에 할머니』 같은 책을 보거나 들은 적 있니? 전부 내가 쓴 이야기야. 나는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이후로 매년 두세 권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어린이 여러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었어.
내가 독일을 떠나온 그 시절, 나는 슬픈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는데, 그중 하나는 나치가 독일을 지배할 당시,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에 살던 유대인 부모들이 약 1만여 명의 어린 자식들을 배에 태워 영국으로 대피시켰다는 거야. 안타깝게도 아이들과 부모님은 다시 만나지 못했어. 부모들은 나치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거든.
나치를 피해 고향을 떠날 때 이미 어른이었던 나 역시 두렵고 힘들었는데, 어린아이들이 부모님도 없이 어떻게 살아남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적어도 나치를 피해 살아남은 아이들은 불쌍하고 안타까운 존재들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만큼은 살리고 싶어 했던 간절한 희망의 증거지. 나는 그 희망의 아이들을 남은 사람들이 계속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이후로도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 각자 꿈꾸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와 살아남은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야.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주로 어린아이들에 대한 것과 어린아이들을 위한 것이 많아. 멋진 모험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이야기,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 남들과 다른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 숲과 바다, 꽃과 같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이해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살아가며 내가 겪은 슬픈 일과 나쁜 일은 주로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경우가 많았어. 많은 어린이가 그로 인해 피해를 받았지. 나는 어른들이 했던 실수와 잘못을 어린이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 그래서 내 이야기 속에서 어린이들은 나이가 달라도 친한 친구가 될 수 있고, 꼭 일등이 되지 않아도 괜찮고, 다른 이들과 같은 부분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대신 어른보다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기도 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서기도 하고, 1등만 최고가 아니라 각자의 능력으로 모두가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해. 너희에게 어린이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수 없다거나, 누군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어린이들은 누구보다 가장 잘 소통하고, 모두가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
전쟁과 같은 비극은 옛날에 끝났어야 하는데, 아직도 세상에는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이 많아. 내 이야기 속의 친구들처럼 가족에게 보호받지 못하거나, 친구들 사이에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는 아이, 말이 통하지 않지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동물과 식물이 있을 수도 있어. 주변의 친구들, 작은 곤충과 자연에 관심을 갖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은 어린이도 할 수 있고, 또 어린이여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 반,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우리나라, 세계의 모두를 가족이자 친구라고 생각하고, 먼저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 그런 마음이야말로 위기의 상황에 있는 다른 어린이와 작은 생명을 지키고,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 강력한 희망이야. 어린이는 지금은 전 세계의 일부일지 몰라도, 언젠가 이 세상의 100%가 될 테니까, 그때 너희가 만들어 갈 미래가 정말 기대가 돼! 미래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진 세상이 될까? 너희들이 읽는 이야기가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게 될 소중한 가치가 너희 마음속에 단단한 뿌리를 내린다면 너희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지금보다 더 선하고 따뜻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너희의 따뜻한 마음이 햇살처럼 세상에 번지기를 기도하며 편지를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