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리는 미래에 이르렀어요


김현정(음악치료사/한양아이소리부산동부센터 원장)


안녕하세요? 어린이 여러분! 

어느덧 가을이 지나간 듯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2021년의 달력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봅니다. 겨울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하지만 새로이 다가올 봄에 대한 희망도 주는 계절인 듯합니다. 저는 기대로 시작했던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로 다가가는 이때가 되면 항상 생각나는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입니다. ‘신세계로부터’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은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드보르작이 조국인 체코와 프라하음악원을 떠나 미국에서 작곡한, 고향을 그리는 음악입니다. 교향곡의 기본형식을 따라 1악장은 소나타형식의 빠른 악장으로 아다지오-알레그로 몰토(Adagio-Allegro molto), 2악장은 매우 완만하게 느린 라르고(Largo), 3악장은 음들이 재미있게 장난치듯이 빠른 스케르초 몰토 비바체(Scherzo molto vivace), 4악장은 열정적으로 빠른 알레그로 콘 푸오코(Allegro con fuoco)로, 각 악장마다 빠르기와 특징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악장에서 짧게 짧게 제시된 주제들이 4악장까지 형태를 바꾸며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느낌들을 줍니다. 긴장을 주는 팀파니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마치 먼 곳에서 부르는 희망의 반짝임 같은 트라이앵글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기다리며 듣는 재미도 있습니다.


저는 주제가 장조와 단조를 오갈 때 고향을 떠나 겪는 험난한 여정과 새로운 곳을 향한 도전, 새로운 세상이 제시하는 희망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각오와 노력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느껴진답니다. 또한 2악장의 느리고도 아름다운 멜로디에서는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꿈과 발전을 향해가는 희망이 가득히 그려집니다! 4악장은 앞서 나온 모든 부분들을 총정리하며 드보르작이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결연하고도 총체적으로 표현되었다고나 할까요. 새로운 세상과 미래에 대한 힘찬 도약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각자가 바라고 있을 ‘새로운 세상’의 의미가 올해 저에게는 더 특별하게 와 닿았는데 바로 『징검다리』라는 책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난민가족의 여행을 담은 『징검다리』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험난한 여정을 겪는 라마와 가족의 이야기이고 니자르의 아름다운 작품사진들이 있는 그림책입니다. 돌을 사용하여 표현된 가슴 깊숙이 울림을 주는 일상과 희망의 이미지들을 보며 저는 전쟁이 없는 새로운 곳을 향한 동경과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얻어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익숙한 것, 익숙한 장소를 떠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편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들려오는 부름에 응한다는 것은 희망과 도전을 위한 용기도 필요하지요. 라마가 동생과 친구들과 놀면서 깔깔거리며 웃던 고향과 오렌지나무 아래를 떠나 힘든 여정을 하면서도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밝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걷고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노래할 수 있고 춤출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을 찾아서였답니다. 


저도 십여 년 공부하고 머물며 익숙했던 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 다가올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 힘을 주었던 것이 음악이었고 음악이 주는 위로가 미지의 날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새로운 세상, 신세계로부터의 희망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징검다리』에서 ‘마침내 우리는 미래에 이르렀어요’라는 글귀가 나옵니다. 새로운 추억과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꿈이 있는 미래에 도착한 것이지요.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에서 평탄하고 무난한 멜로디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빠르기와 음의 도약과 강약이 악장을 구성하며 마침내 결말에 이른 것처럼, 라마가 걷고 또 걷고 발이 딱딱해지도록 걸어 마침내 도착한 것처럼 저와 어린이 여러분 모두도 미래를 향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더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한 해, 우리를 기다리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합시다. 곧 다가올 새해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신세계로부터’의 희망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