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하나
김은영
저기
포크레인 덜컹거리는
숲에는
소쩍새 부엉이 비둘기 꿩 지빠귀 꾀꼬리 솔새 휘파람새 까치 까마귀 할미새 다람쥐 산토끼 들고양이 청설모 너구리 오소리 고라니 꽃뱀 구렁이 족제비 멧돼지 산나리 원추리 둥글레 고사리 취 으아리 두릅 잔대 더덕 머루 다래 칡 잣 솔방울 두메부추 소나무 잣나무 옻나무 참나무 밤나무 엄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영지버섯 국수버섯 싸리버섯 밤나무버섯 독버섯 진달래 철쭉꽃 찔레꽃 제비꽃 할미꽃 조팝꽃 싸리꽃 물봉숭아 엉겅퀴 패랭이꽃 산도라지 달맞이꽃 솔이끼 돌멩이 바위 개미떼 벌 나비 개구리 옹달샘 골짜기 바람소리 물소리 가을단풍 겨울눈꽃 오솔길
숲 하나에는
내가 아는 것만도 이렇게 많은데
너도 아는 것 동그라미 쳐 가며 읽어 보고
내가 모르는 것도 써 주렴
숲 하나
이제 영영 사라지고 마는데
숲 하나에 있던 모든 것들
다만 이름이라도 남겨 놓아야 하지 않겠니.
김은영
김은영 선생님은 동시가 김밥처럼 맛있고, 먹는 상상만 해도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ㄹ 받침 한 글자』, 『빼앗긴 이름 한 글자』, 『아니, 방귀 뽕나무』, 『우주에서 읽는 시』 등의 동시집을 쓰셨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한 김은영 선생님의 동시에는 아이들의 일상과 웃음이 담겨 있습니다.